대한민국이 통일된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노래로만 불러오던 우리의 소원 통일.. 정말로 남북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에는 엄청난 대격변이 일어나겠죠?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1994년 갑자기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 곧 통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시던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나네요. 그러부터 거의 20년이 흘러 2011년 김정일도 사망하고 김정은이 왕좌를 물려받던 그 어수선한 시절 북한이 내부에서부터 붕괴되어 혹시 통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들이 난무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도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갔네요.
얼마 전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은 또다시 통일 관련 여러 시나리오들을 쓰게 만들었고 어김없이 대북관련주를 춤추게 만들었습니다. 때론 너무 먼 일 같지만 어떨 땐 곧 손에 잡힐 듯한 것이 우리의 소원~ 통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떤 원인으로든 만약 정말로 통일 논의가 이루어지는 등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면 10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투자기회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할 한민족 역사상 최대의 대박찬스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상상 속의 통일 한국은 현재는 넘사벽인 G7 국가들 가운데 영국이나 프랑스 정도는 쉽게 추월해버리고 독일이나 나아가 일본과 경쟁하는 강대국 반열에 올라설 거란 전망이 압도적입니다. 이탈리아나 캐나다는 빛의 속도로 따돌려 버릴 거고요.
더욱 커질 내수시장, 값싸고 게다가 근면하기까지 한 젊은 인력들, 풍부한 지하자원, 살아날 건설경기 등은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우리를 분주하게 만듭니다. 사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우리의 삶과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거예요.
당당히 외국인 세력에 맞서던 우리 동학 개미들에게도 앞으로 다시없을 황금찬스는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흥분하고 분위기에 취해있을 그때 우리는 가슴은 뜨겁지만 차가운 이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평소에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If.. 통일이 된다면.. 당신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당장 평양이나 중국 접경 신의주로 달려가서 땅을 살 거야", "건설주에 몰빵 해야지", "물건을 한 트럭씩 싣고 가서 장마당을 접수할 거야" 뭐 이런 대답들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통일 독일의 경우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고 여러 건설사들이 파산을 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의외의 결과라서 놀라셨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통일이 된다면 나는 어떤 자산에 투자할 것인가?
먼저 두 나라가 통일을 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연방제 후 통일, 흡수통일, 군사적 충돌 후 통일, 점진 적통 일등 여러 방식이 있죠. 따라서 한국보다 앞서 통일을 했던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해 보고, 또 통일이 되면 이런 일들은 무조건 일어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상황들을 통해 우리가 어떤 경제적 선택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같은 민족이 분단되어 있다가 통일이 된 국가들은 독일, 베트남, 예멘 이 있습니다. 이중 독일의 모델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통일 후 모습을 상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일 독일의 예
독일은 1990년 서독과 동독의 통일 이후 10~2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주가 역시 어마어마한 상승을 보여줬죠.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그냥 공짜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그러한 비용을 위해서 독일 정부는 당시로는 정말 엄청난 양의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한 대규모의 국채 발행으로 독일의 금리는 천정부지로 뛰게 되었죠.
일반적으로 국채는 국가의 세수가 지출을 커버하지 못할 때 찍어내게 되죠. 일상에서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돈을 급하게 빌려야 하는 사람에게는 금리를 시세보다 높게 부르곤 합니다. 이럴 땐 빌려주는 사람이 갑이 빌리는 사람이 을이 되는 거죠. 당시 정말로 많은 돈이 급하게 필요했던 독일 정부가 딱 을에 상황이었던 겁니다. 독일의 국채 발행 조건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통일은 장벽이 무너지고 거의 1년 후에 있었지만 말이죠.
동독의 균형발전을 위한 필요자금은 예상을 훨씬 앞질렀습니다. 그래서 거의 무한반복급 국채 발행이 계속되었고 그 금액은 통일 이후 15년까지만 계산을 해도 당시 우리 돈으로 1500조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경우 통일 전 동·서독보다 경제격차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국채 발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견됩니다. 과거 어떤 전문가는 한화로 약 5000조 원에 이르는 통일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죠.
정리를 해보면, 통일 후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로 하고 그러한 자본의 확보를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 발행이 동반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내면 금리는 상승하게 되겠죠.
이러한 조건에서는 어떤 자산이 유리하고 어떤 자산이 불리하게 될까요?
고금리 시대에서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산업군은 은행, 보험, 증권사 같은 금융업입니다. 통일이 되면 국가의 투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민간 투자의 진행도 예상이 됩니다. 이런 막대한 인프라 투자로 금융수요의 확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테니 은행이나 보험업계의 자산가치는 큰 폭으로 오를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 후 증시의 상승에 이런 금융업계의 호황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이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은행주의 경우 매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무조건 금융권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으니 금융권 주식을 많이 들고 계신 분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겠네요.
그에 반해 배당률이 높은 종목으론 만 포트폴리오가 짜인 분들이라면 통일 프리미엄의 덕을 보기 힘들 확률이 높습니다. 배당수익률의 경우 기준금리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더라도 배당수익률이 금리인상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통일 후 독일의 주식시장
앞서도 언급을 했지만 '통일이 되면'이라는 상상을 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멘트가 있습니다. "나는 북한에 가서 땅을 살 거야" "나는 건설주에 몰빵 할 거야" 같은 이야기들 말이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주식이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통일 당시 많은 독일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호황이던 독일 증시에서 유독 건설사들의 주가만 하락세가 이어졌는데요, 독일을 너머 유럽의 최대 건설사 중에 하나였던 '필립홀츠만' 같은 경우는 파산까지 하고 말죠.
당시 누구나 부동산의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동독으로 달려가 집과 건물들을 지어댔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공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고 부동산 가치의 끝 모를 하락을 가져온 거죠.
이렇게 예측을 크게 빗나간 업종은 부동산뿐만이 아녔습니다. 통일이 되면 동독인들의 음식 소비가 늘어날 거고 그렇게 되면 음식료 회사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판단했었습니다. 당연히 상당한 자금이 음식료업계에 몰려들었죠. 그러나 건설업과 마찬가지고 여러 자본과 회사들의 초과공급을 시장의 수요가 따라가지 못했고 고스란히 큰 폭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독일의 DAX 30 지수는 185% 상승을 하였으니 아이러니한 현상이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통일 이후 독일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였으니 주가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ETF, 아니면 우량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짜면되는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참고해야 할 자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 붕괴 = 독일의 통일'로 생각하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건 1989년 11월의 일이고 수개월에 걸쳐 정상 간 회담과 조약들이 체결되고 실제 통일은 1990년 10월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증시는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통일기 대감이 선반영 되면서 이미 오를 대로 올라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즉 통일 후 주식에 투자를 하면 주가 상승의 랠리에서는 빠져있게 된다는 말인 거죠. 아래의 그래프들을 참고해 보실까요?
또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한 것이 맞지만 언제나 그렇듯 통일장에서도 주가는 여러 차례 단기 하락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끝없이 상승곡선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죠. 독일의 경우 통일이 있고 얼마 후 단기라고 보기엔 비교적 긴 시간인 3,4년간 반복적인 하락장이 지속되었거든요. 또다시 장기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학습하게 됩니다.
언젠가 통일은 이루어지겠죠? 급진적 일 수 도 있고, 연방제의 형태를 유지하다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점차적인 통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통일 이후 어떤 사회적인 현상이 일어날지를 미리 예상해볼 필요가 있겠죠. 그리고 통일 후 장기적인 맥락에선 큰 폭의 주가의 상승은 기대되나 단기적인 조정들이 있을 수 있기에 장기적인 투자 안목과 인사이트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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