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기의 위력

인플루엔자, 식중독 등 10여 가지 질병 예방에 도움

 

 

 얼마전 미국의 한 회사에서 이런 실험이 있었다고 해요. 대략 90명이 근무하는 회사 출입문 손잡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형광물질을 붙인 바이러스를 발라놨다고 해요. 생존력이 일반 감기와 비슷한 정도의 바이러스였다고 합니다. 이후 형광 검색기로 살펴보니, 불과 4시간 만에 거의 모든 직원의 컴퓨터 자판기와 전화기, 화장실 손잡이 등 손이 쉽게 닿는 곳마다 형광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바이러스를 커피잔에 손잡이에 묻힌 실험에서 그런 잔으로 커피를 마신 직원들의 절반에서 바이러스가 호흡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손으로 한 시간에 평균 16번 입, 코, 눈 등 얼굴을 만진다고 해요. 그러기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데는 시속 160km으로 날아가는 재채기 침방 울보다 손이 더 빠르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죠. 우리의 '손'은 병원균의 매개체이자 숙주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제 몸 중에 손이 제일 예쁘다고들 하는데 제 손만큼은 그런 취급받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어요. 진짜예요. 서른 살이 넘었어도 우리 이모들이 손 바꾸자고 그러셨다는...

 어릴 적 저녁 밥상 앞에서 손 씻었냐는 엄마의 물음에 거짓말로 응수할 때가 참 많았는데.. 요즘은 직원들에게 손 씻었냐고 따지듯 묻고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출입자가 중환자실 입구나 수술실에 들어갈 때 알코올 소독제로 손을 닦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 장치를 운영하는 병원 얘기도 본 적이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 로비나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도 죄다 손 씻기 강조 영상뿐입니다. 두 달째 같은 영상만 보다 보니 멜로디와 알아듣지도 못하는 베트남어 캠페인송을 외워버렸어요.

재미있는 사진 하나 보여 드릴게요. 1주일 전 지인분의 사무실에 갔을 때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버튼 부분은 랩같은 걸로 밀봉 되어있었고, 중간에 이쑤시개가 보이시나요? 손으로 직접 Don't touch 하란 말이죠 ^^

 2013년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하고 나서 질병관리 본부가 공항·터미널·백화점 공중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씻기를 잘하는지 살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조사요원들이 세면대가 보이는 곳에서 일일이 손 씻기를 체크하는 방식이었다고 하네요. 그 결과 남자는 55%, 여자는 72%가 손을 씻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보다 높은 수치인 가요? 아니면 그 반대 이신가요? 제 개인적으론 기대치보다 살짝 높다고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이 수치가 30초 이상 권고대로 씻은 비율은 아니었다고 하니 바로 수긍이 되더군요.

질본(질병관리 본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 타이밍에 질본에서 권고하는 손 씻기 방법을 살펴보고 넘어가 볼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방금 언급한 관찰에서 세면대 주위에 누군가 있는 경우 손 씻는 비율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3.2배 더 높았다고 해요. 손 씻기가 전염도 되고 다른 사람의 이목도 신경 쓴다는 말이 되겠죠.

 손 씻기만 잘해도 인플루엔자, A형 간염, 유행성 결막염, 식중독 등 10여 가지 흔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의사 협회지 논문에도 제대로 손만 씻어도 폐렴과 설사 질환의 40-50%가 준다는 보고가 있다고 하네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2009년 사스가 지나가고, 2013년 메르스가 한창 전국을 시끄럽게 할 무렵, 세브란스 병원장을 지내시고 의대 교수로 재직하신 한 박사님이 TV에 출연하셔서 하신 말씀을요. "30초만 투자하면 전염병 70%를 막을 수 있습니다" 순간 모두가 귀를 쫑긋 했어요. 그리고 이어진 "물만 보이면 손을 씻으세요" 그 교수님의 마지막 멘트이자 권고였습니다.

 지금 '에이~ 너무 뻔하잖아'라고 생각하셨죠? 그렇다면 오늘 난 몇 번이나 손을 씻었는지, 식사 전에 손을 씻었었는지 자문해 보세요. 아직도 뻔한 대답이라고 여겨지시나요? 비단 작금의 코로나(COVID-19) 정국을 떠나 지금이 손 씻기를 잘할 때입니다. 잊지 마세요. 손 씻기는 생명 구하기입니다.